작성일 : 15-03-22 10:00
몸 값 안 올리기
|
|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611
|
몸 값 안 올리기
지난 12월 7일 OKJSP 컨퍼런스에서 "몸 값 안 올리기"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 강연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옮깁니다. 말투부터 거의 실제 강의 내용 그대로를 옮기려고 해봤습니다. (편집 중입니다 ^^;) 다만 당일날 일정이 뒤로 밀려서 강의시간이 조금 짧아진 관계로 생략했던 그로이스버그의 연구 같은 부분은 이번에 채워넣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김창준입니다. 저는 현재 애자일 컨설팅의 대표로 있으면서 개인과 조직이 변화하는 걸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몸 값 안 올리기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에게 50분간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왜 제목이 몸 값 안 올리기인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자는 okjsp 게시판에서 고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연 아니냐 하고 의심하시던데, 이 강연은 우선적으로 피고용자를 위한 강연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제목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다른 시각을 가져보자는 말인데 수사적으로 말을 한 번 비틀어 봤습니다. 제가 어떤 의미에서 "다른 시각"을 말하는 것인지는 제 강의를 들으시면서 차츰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씀 드리지만 저는 몸 값 올리는 것이 나쁘다, 문제있다,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삶의 철학이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 강연의 내용은 제 개인적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구와 실험에 의해 뒷받침되는 증거가 있는 내용들입니다. 근거 자료들을 각 장표에 언급을 해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고요. 참고로, 통계적 결과라는 것은 이런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100% 이렇다 혹은 0% 저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므로(이 강연에서 언급하는 심리학, 사회학, 경영학 연구가 대부분 이렇죠) 해석하실 때 흑백 논리의 오류에 빠지시지는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 강연 내용은 나중에 제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선 왜 몸 값을 올리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봅시다. 대부분 성공하려고 혹은 행복하려고 하는 답을 하실 것 같습니다. 뭐 그 외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겠죠. 본 강연은 경력 성공이나 행복을 목표로 생각하면서 몸 값을 올리려고 하는 분들에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좀 더 귀기울여 주시면 좋겠네요. 자, 그러면 여기에서 말하는 경력 성공과 행복이 어떤 성공이고 어떤 행복인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경력 연구(Career Research)라고 하는 연구 분야에서는 경력 성공을 두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객관적 경력 성공과 주관적 경력 성공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당사자의 의견에 상관 없이 평가할 수 있는 성공입니다. 통상 연구에서는 임금과 조직내 직위를 변수로 삼습니다. 정량적이죠. 임금이 높아지고 직위가 올라가면 객관적으로 더 성공한 겁니다. 간단하죠. 주관적 경력 성공은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갑니다. 개인이 심리적으로 성공했다고 느끼는가, 혹은 직무에서 얼마나 만족하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몸 값을 올리는 부분은 객관적 경력 성공과 직결되어 있겠죠. 그럼 주관적 경력 성공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잠시 미뤄두죠.
잠깐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어떨까요? 연구에 따르면[1][2] 몸 값이 올라갈수록 행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0](연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임금으로 행복의 차이의 약 5% 이내만 설명할 수 있음), 그 행복 증가 정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일종의 한계 효용 체감 법칙이 적용됩니다. 즉, 수입이 월 백만원인 사람에게 백만원 느는 것과 월 천만원인 사람에게 백만원 느는 것은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수입을 로그로 변환해서(즉 원래 수입에서 몇 배 늘었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자들도 있죠(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몸 값이 일정 숫자 이상 오르면 더 이상 행복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3]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5만불에서 7.5만불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부분은 어떤 종류의 행복이 오르지 않느냐는 것인데, 이 부분은 좀 더 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개인간에서보다 국가간 비교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사람들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4]. 그리고 돈 외에도 (혹은 돈보다도 더) 행복에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관계입니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 대학원의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좋은 결혼 생활이 임금이 네 배로 오르는 것에 상응하는 행복 증가를 가져다 줄 수 있고, 좋은 친구를 사귀면 급여가 세 배 오르는 효과가 있으며, 동아리에 소속되면 급여가 두 배 오르는 효과, 심지어 일년에 소풍을 세 번 가는 것으로도 급여가 10%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5].
앞에서 얘기 했던 어떤 종류의 행복이냐 하는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학자들은 행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지적 부분과 감정적 부분입니다. 인지적 부분은 "너는 자신의 삶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측정하고 감정적 부분은 "너는 어제 하루 얼마나 웃고 즐거웠고 얼마나 슬프고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았냐?"하는 질문의 답으로 측정합니다. 전자는 삶의 평가이고 후자는 감정적 웰빙입니다. 45만 개 이상의 응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3] 양자는 다른 개념이며(즉, 삶을 더 성공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어제 감정이 더 긍정적이라고 말 못하고), 몸 값은 삶의 평가와는 관련이 있으나, 감정적 웰빙과는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몸 값이 높아진다고 해서 하루 하루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삶을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지언정(더 명확히 말하자면, 수입이 일정 이상 오르면 감정적 웰빙은 증가하지 않고, 대신 삶의 평가는 오릅니다). 만약 자신이 몸 값을 올리려는 이유가 하루 하루 더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겠죠. (반대로, 앞에서 이야기한 소득수준이 안되는 분의 경우 몸 값이 올라가면 감정적 웰빙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사실 몸 값이 높아져서 얻는 행복감이 있기는 하지만 금새 사라져 버린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6]. 예컨대 복권에 당첨되고 얼마만에 원래 수준의 행복감으로 돌아가느냐 같은 연구를 보면 사람들의 기대와 차이가 크죠. 이런 것을 쾌락 적응이라고 합니다. 직장 내에서 승진을 하는 등의 좋은 사건도 1년 내에 원래 수준으로 만족도가 돌아가 버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7]. 그 이유는 그 수준에 적응하면서 거기에서 욕구가 더 커지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서 몸 값이 높아져서 손해보는 면도 있습니다[8][9]. 몸 값이 오르면서 동시에 다른 것도 변하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시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커지고, 가족이나 배우자에 시간을 덜쓰게 되고 등. 그래서 정작 행복감을 높여주는 활동은 더 줄어들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학계에는 경력 성공과 개인적 실패 효과(Career Success and Personal Failure Effect)라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 객관적 경력 성공을 중요시 여기고 야망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 효과에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는데, 그 이유는 "성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개인적 실패(더 외롭고, 더 스트레스 받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가 나빠지고 등)를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0].
자 이제 앞에서 이야기한 객관적 경력 성공과 주관적 경력 성공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일단 객관적 경력 성공에 한계가 있습니다. 약 7년 경력 이후에는 객관적 성공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합니다(curvilinear). 아무래도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더 좁아지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초기에 빨리 오른 사람(직위건 임금이건)일수록 후기에 둔화가 더 심합니다. 빨리 출세한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성공과 주관적 성공의 관계입니다. 1400명 가까운 전문직 종사자의 종단 연구를 통해, 객관적 성공이 주관적 성공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하더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관적 성공은 차후 객관적 성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하자면 몸 값이 오르거나 직위가 오른다고 해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높아지지 않지만(그러나 다른 사람과 상대 비교해서 내가 더 성공적이라고 하는 주관적 평가는 높아짐 -- 그러나 이런 요소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삶에서 불행감을 더 느낀다는 연구가 있음), 반대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차후에 내 임금이나 직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11].
사실 이런 주관적 성공, 즉 현재의 만족감, 행복감이 객관적 성공, 즉 임금이나 직위에 선행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의 권위자인 류보머스키의 메타 분석은 225개 연구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거기에 따르면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이 31% 더 생산적이고, 37% 매출이 높고, 창의성이 3배 높다는 결론을 내립니다[12]. 돈 벌어서 행복해져야지 전략보다 행복해져서 돈 벌어야지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성공한 개발자와 행복한 개발자"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 주제로 나온 Happiness Advantage라는 책도 일독을 권합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몸 값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다들 인정하시겠지만 몸 값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회사 옮기기"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의 연구들[13]이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그로이스버그는 거의 평생을 이 주제에 대해 천착해 오고 있습니다. 일단 그는 회사를 옮겨도 사람의 퍼포먼스가 유지되는가 하는 화두를 갖고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이 "재능 이식성"(Talent Portability)이 가장 높다고 이야기되는 월가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분석가는 회사를 옮길 때에 지역적으로 거의 이동이 없고(옆 건물로 옮긴다든지) 자신의 고객이나 투자대상 기업을 가지고 옮깁니다. 분석가들의 85%가 재능 이식성이 있다고(즉 나의 성과는 회사와 독립적이다) 스스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로이스버그의 오랜 기간 연구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적어도 이직 후 5년까지는 전 직장의 퍼포먼스로 회복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공의 원인에서 개인적 부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인적 사회적 자원(Human, social capital)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분석가처럼 독립적으로 일하는 듯 보이는 직업도 실은 예전 회사의 인맥과 자원에 큰 의존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분석가처럼 재능 이식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직업에서도 그렇다면 다른 직업은 그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그로이스버그의 결론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회사를 옮길 때에 몸 값에 집중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변수를 무시하게 된다고 합니다(앞서 이야기한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지" 같은 주문과 비슷해 보이죠). 예컨대 옮겨갈 조직의 문화 같은 것이죠. 그러면 옮겨서 제대로된 퍼포먼스를 내기가 더 어려워지고(사실 문화가 퍼포먼스를 좌우하는 부분이 매우 큽니다), 새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통상 그쪽 회사의 기대는 큰데(돈을 올려줬을 것이므로) 퍼포먼스가 기대보다 못하니 그 회사는 실망을 하겠죠. 게다가 동료나 상사, 부하 등의 사기가 떨어지는 효과도 관찰되었습니다. 나보다 돈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일을 잘 못하니 그럴만도 하죠. 그러면 자신은 더 압박을 받고, 위축되고, 주변의 도움도 못받고, 결과적으로 퍼포먼스가 더 떨어집니다. 그러면 그 때 또 다른 이직을 알아보려고 할 수도 있겠죠.
정리하자면, 몸 값 올리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직장 옮기기가 사실 (불행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그로이스버그의 연구에서 이런 재능 이식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은 (내외부) 인적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은 관심 노력을 기울이고 이직시 문화를 고려하고 이직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이직하는 것 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재능 이식성을 높이는 회사의 전략(이번에 입사지원자 중 이식성이 높은 사람을 가리기, 혹은 뽑은 사람의 이식성 높여주기 등), 개인의 전략(이 회사에만 종속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옮겨도 퍼포먼스가 잘 나오게 미리 준비하는 방법, 새로운 회사에서 빨리 퍼포먼스를 내는 방법 등)이 더 있는데 이건 다른 주제이니 다음 기회에... ^^;
그래서 이 강의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0) 몸 값이 안오르는 상황에서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 몸 값 올려서 하루 하루 더 만족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전략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2) 몸 값 올리고 싶으면 몸 값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3) 몸 값 올리는 방법으로서의 이직은 위험성이 높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간상 두 가지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일상에서 행복감 높이기이고, 다른 하나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입니다.
일상에서 행복감 높이기는 RCT 등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 몇 가지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14].
감사일기 쓰기
남 도와주기
감사편지 쓰기 등
감사일기 쓰기는 오늘 하루 고마운 사람, 고마운 것, 고마운 일 등에 대해 일기 쓰듯이 기록하는 겁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이것 하나만 해도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남 도와주기도 어찌보면 시시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매우 강력합니다. 남이 나를 도와주는 것보다 내가 남을 도와줄 때 통상 행복감이 더 증가합니다. 남 도와주기가 자선단체에 거금을 낸다거나, 어디 봉사활동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근처에 앉아 일하는 동료 얼굴이 피곤해 보입니다. 커피 한 잔 뽑아서 가져다 주면서, "많이 힘드시죠" 하는 것도 남 도와주기입니다. 이렇게 하면 내 행복감이 증가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사편지 쓰기는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간단하게 메모로 혹은 이메일로, 또는 문자나 메신저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상 세가지는 실험을 통해 행복감을 증가시킨다고 입증이 된 방법들입니다. 이런 소소한 행동들로 당장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들겁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 자체랑은 괴리된 느낌이 들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잡 크래프팅을 같이 소개드립니다.
잡 크래프팅은 개인이 자신이 받은 업무를 스스로 재설계하는 걸 말합니다. 내가 직장내에서 받은 권한과 책임 내에서 사실 잘 보면 자유도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재설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잡 크래프팅이 있습니다.[15]
작업 크래프팅
관계 크래프팅
인지 크래프팅
작업 크래프팅은 내 업무의 범위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당신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라는 글을 썼는데 그 글의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시> 관계 크래프팅은 업무하면서 만나는 사람을 내가 선택하는 겁니다. <예시> 인지 크래프팅은 자신의 일에 새로운 프레임을 씌우는 겁니다. <예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잡 크래프팅을 통해 "개인"이 업무의 의미를 찾고 몰입감을 높이며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업무에서 작은 진척을 만드는 것이 직무 동기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는(인센티브나 인정보다도 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16]
이제 위 결론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겠군요.
4) 일상에서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5) 잡 크래프팅을 통해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와 동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네. 제가 블로그 글에 썼지만 통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나에게 맞냐 아니냐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 의도도 그것과 거리가 멀고요(다른 시각도 생각해 보자는 쪽). 또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맥락도 있고 4인 가족이라는 변수도 있을 수 있고요. 일단 제가 언급한 연구는 미국 거주자에 대한 갤럽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가족 숫자라든가 그런거 고려 없이 평균으로 계산해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를 주도한 카네만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시한 (정서적) 행복이 더 이상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 상한 금액(그는 7.5만불을 제시했습니다)은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에서도 충분히 높은 상한선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http://businessjournal.gallup.com/content/150671/happiness-is-love-and-75k.aspx 사실 제 글의 논지에서 그 상한선이 구체적으로 얼마냐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돈을 더 버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그리고 궁금님이 언급하신 연구는 잘 알고 있습니다(제가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연구한 논문만 50편이 넘습니다 ^^;). 스티븐슨과 울퍼스가 한 연구인데요, 우선 그들의 논문(Subjective Well‐Being and Income: Is There Any Evidence of Satiation?)을 직접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블로그 글에서도 밝히지만 어떤 종류의 행복이냐가 중요합니다. 그 논문에서 조사한 "행복"은 제 블로그 글에서 이야기하는 삶 전반에 대한 평가(life evaluation)였습니다. 제 글에서도 "몸 값은 삶의 평가와는 관련이 있으나", 그리고 "몸 값이 높아진다고 해서 하루 하루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삶을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지언정"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이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논문에서 카네만의 연구[3]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구는 카네만의 연구와 충돌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기사에 난 두 그래프를 자세히 보시면 왼쪽 그래프(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다)는 x축이 linear scale(소득이 1, 2, 3, 4로 오름)인데 반해 오른쪽 그래프(행복은 소득 순이 맞다)는 log scale(소득이 2, 4, 8, 16으로 오름)입니다(그걸 linear scale로 바꿔보면 그래프가 서로 비슷해 보입니다 -- 즉 오른쪽 그래프도 수렴하는 듯이 보입니다).
> 논문의 저자들도 7.5만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만족도의 변화가 없다는
> 카네만의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 웰빙의 측정치가 자신들의 것과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고로 카네만의 연구를 부정하지
> 않지만, 결과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포화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로
> 결과를 맺습니다.
네. 카네만의 연구에서 행복의 인지적 요소에 대한 언급입니다. 제 글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아울러 논쟁이 되는 두 번째 그래프가 시계열 데이터는 아니지만,
> 그래도 의미 있는 것은 첫 번째 그래프와 달리 한 국가내에서 소득이 다른
>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로그적으로나마 행복이
> 증가한다는 점이다.
네. 상관연구이고 인과연구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 가능 합니다. (물론 반대로 행복이 증가하면 "지수적으로" 소득이 증가한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 두 번째 그래프를 만들 때 단순한게 현재 시점에서
> 행복도를 물어 본 게 아니라 처음 질문에 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순간과 비교해
> 보라는 질문도 있기 때문에, 단순 현 시점의 데이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좀 더 엄격하게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을 물어본 질문은 제가 이전 댓글에서 언급한 삶의 사다리 질문이고, 이건 자신에게 가능한 최악의 삶(worst possible life)과 최상의 삶(best possible life)을 각기 0점, 10점으로 두고 그 사이에 지금 몇 점으로 보겠냐는 질문인데요, 직접적으로 과거의 행복한 순간과 비교하라(혹은 소득이 적었을 때 행복과 비교하라)는 지시가 있지 않습니다. 삶의 사다리 질문은 이 분야 연구에서 "현시점의 (인지적) 행복"을 측정할 때 대표적으로 쓰이는 척도로, 수백편의 행복 연구가 이걸 토대로 진행되었고 한 번의 측정으로 행복의 "변화"를 측정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일정부분 시계열성이 약간이라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 측정이 관련된 연구에서는 다른 시점에 묻는 것(예컨대 1년 전에 한번, 그리고 1년 후에 한번)과 같은 시점에 질문을 바꿔 묻는 것(한번에 지금과 1년전을 회상해서 모두 답하게 하는 것)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보기 때문에, 설사 삶의 사다리 질문이 과거와 비교를 해서 델타치를 묻는 질문이었다고 치더라도, 시계열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연구방법론을 뒤집어 버리는 비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제 결론은
> 스티븐슨 연구 결과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은 아마도 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행복으로
> 연결된다는 결론을 얻을 것이며,
> 반대로 카네만의 7.5만불의 결과에 무게를 실리는 사람은 김창준 님의 의견에
> 동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간단하게 말하면, 인생에서 "인지적 행복"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소득을 올리면 되고(그렇다고 해서 인지적 행복을 높이는 데에 소득 증가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는 아님), "감정적 행복"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그걸로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카네만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긍정적 감정(행복감, 즐거움, 웃음 등)을 경험하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면에 있어,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의 사회적 접촉 유무가 소득이 (4배) 오르는 것의 7배의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행복에 대해, 또 소득에 대해 생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삶의 철학을 바꿀 생각은 없었습니다(가능하기나 하겠습니까?). 다만, 하루 하루 더 행복해지기 위해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으로 현재를 담보로 사시는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다 고려해 봐라 하는 제안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7.5만불 같은 숫자나 돈에서 얻는 행복에 상한이 있냐 없냐에 민감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 부분은 제가 글에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논문의 저자들도 7.5만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만족도의 변화가 없다는
카네만의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웰빙의 측정치가 자신들의 것과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고로 카네만의 연구를 부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포화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로
결과를 맺습니다.
아울러 논쟁이 되는 두 번째 그래프가 시계열 데이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것은 첫 번째 그래프와 달리 한 국가내에서 소득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로그적으로나마 행복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그래프를 만들 때 단순한게 현재 시점에서
행복도를 물어 본 게 아니라 처음 질문에 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순간과 비교해
보라는 질문도 있기 때문에, 단순 현 시점의 데이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정부분 시계열성이 약간이라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결론은
스티븐슨 연구 결과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은 아마도 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결론을 얻을 것이며,
반대로 카네만의 7.5만불의 결과에 무게를 실리는 사람은 김창준 님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글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내가 원하는 행복과 경력성공에 여러 종류가 있으며(전반적으로 삶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가, 매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가, 임금과 직위가 오르는가, 업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가 등) 그런 "행복을 높이는 방법에 소득을 높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며, 더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며, 때로 소득을 올리려는 행동이 행복을 낮출 수도 있다"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고, 이 부분은 궁금님도 동의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