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04 09:51
은퇴금융인 재 취업을 돕는다 노후 스트레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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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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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경력지원센터 속속 등장]
삼성 첫 포문… 최근 신한·KB도 적성검사 등 체계적 컨설팅 제공
"재취업, 100명 중 2~3명 성공… 처음부터 한 우물 파는 게 중요"
"선배님들, 그동안 많이 섭섭하셨죠? 앞으론 저희가 숨겨진 적성 찾는 것도 도와드리고 새 일자리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KB국민은행 사당동지점 3층 'KB경력컨설팅센터'. 찬바람 부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국민은행 OB(올드보이) 4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퇴직한 지 2년 안팎인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이제 막 임금피크제 종료를 앞둔 잘나가던 여성 지점장 등이 강의실에 앉아 사뭇 진지하게 '인생 2모작' 강의를 들었다. 한때는 금융 전문가였지만, 이제는 자녀와 마찬가지 입장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이다.
정년을 채우고 지난해 은퇴한 한 참가자는 "혼자 새 일거리를 알아보는 게 막막했는데,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고 하니 걱정이 좀 덜어지는 것 같다"며 취업 컨설턴트와 1대1 상담도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치킨집은 그만… 회사가 인생 2모작 도와준다
최근 금융업계에 퇴직자와 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위한 회사 차원의 경력컨설팅센터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7월 서대문역지점에 '신한 경력컨설팅센터'를 열었고, 국민은행이 지난달 초 KB 경력컨설팅센터를 오픈해 가동에 들어갔다. 이 센터들에는 강의실과 상담 부스, 회의실, 사무공간 등이 갖춰져 있어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강의가 수시로 열리고, 컨설턴트와의 1대1 직업 상담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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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서울 동작구 사당동 KB국민은행 사당동지점에 문 연 ‘KB경력컨설팅센터’에서 국민은행 퇴직자가 김도영 전직지원컨설턴트(KB경력컨설팅센터장·왼쪽)에게 재취업 가이드를 받고 있다. 김 센터장 역시 올 7월 이 은행에서 퇴직한 전직 은행원으로, 적성을 살려 전직지원컨설턴트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11월 초 서울 동작구 사당동 KB국민은행 사당동지점에 문 연 ‘KB경력컨설팅센터’에서 국민은행 퇴직자가 김도영 전직지원컨설턴트(KB경력컨설팅센터장·왼쪽)에게 재취업 가이드를 받고 있다. 김 센터장 역시 올 7월 이 은행에서 퇴직한 전직 은행원으로, 적성을 살려 전직지원컨설턴트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은 고용노동부와 전직지원서비스 업무 협약을 맺고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생애설계교육·전직스쿨 등을 운영한다.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재취업 교육을 하거나, 협회 회원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퇴직한 은행원은 어림잡아 3000여명. 올 연말에도 주요 은행들이 대규모 명예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금융인들이 갈수록 쏟아지는데, 막상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KB국민은행 직원만족부 김형훈 팀장은 "한 은행이 대규모 명퇴를 단행하면 전국 치킨집이 확 늘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퇴직=프랜차이즈 창업' 공식이 일반화돼 있다"면서 "은행원들의 제대로 된 인생 2모작이 필요하다고 보고 회사 차원에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참고하는 것은 '삼성 모델'이다. 지난 2009년 삼성은 가장 먼저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 퇴직자들을 위한 '삼성 금융경력컨설팅센터'를 문 열고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여기서 은퇴 후 재무관리와·건강·취미생활까지 안내해주는 종합 은퇴관리를 해주고 있다. 올해도 100여명이 센터를 통해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재취업 확률은 단 2~3%… 지피지기가 첫 단추"
KB경력컨설팅센터의 센터장을 맡은 김도영 부장 역시 올 7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지점을 끝으로 은행 문을 나설 뻔하다가 다시 '전직지원 컨설턴트'로 은행에 '재취업'한 경우다. 그는 2년 반 전 임금피크제에 진입하면서부터 제2의 인생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법정관리인, 빅데이터 자격증 등 안 따본 자격증이 없다. 자신에게 매년 1000만원씩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이런저런 강의를 기웃거렸다.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따다 보면 뭔가 새로운 길이 보일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자기 적성을 파악하고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됐다.
"은퇴를 코앞에 둔 나이 쉰 중반에 처음으로 적성검사라는 걸 해봤습니다. 아마 직장생활 30여년 한 저희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다들 비슷할 겁니다. 얼른 직장이나 소개해주지 웬 쓸데없는 적성검사냐고 하겠지만, 처음부터 신중하게 제2의 직장을 찾지 않으면 일흔이 되도록 영영 새 일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꼼꼼히 준비하고 기다려야 극히 좁은 재취업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면서 "30년 평생 한 직장을 다닌 은행원들은 바깥이 얼마나 엄혹한지 모른다.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단 2~3명뿐"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적성검사 끝에 본인 적성에 직업 컨설턴트가 딱 맞다는 결론을 내렸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자신을 세일즈한 덕분에 경력컨설팅센터장으로 뽑히게 됐다. 그는 퇴직을 앞둔 동료들에게 ▲이력서를 써볼 것 ▲체계적인 적성검사를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찾고 범위를 좁힌 뒤에 취업·창업 시장에 뛰어들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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