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2-08 20:24
가정스트레스 증가 '경단녀' 여전히 190만명… 힘 못 쓰는 정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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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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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취업 대책에도 효과 미미
15~54세 기혼여성 중 20% 차지… 가장 많은 30代, 100만명 넘어
현 정부서 육아휴직제 강화하자 오히려 여성 채용 줄인 기업도
"정부가 자녀교육 부담 덜어줘야"
경력단절 사유 외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35)씨는 올해로 전업주부 5년 차다. 결혼 3년 만인 2012년에 아이를 갖자마자 다니던 조경 회사를 그만뒀다.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다시 직장을 알아보던 이씨는 두 달 만에 취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경기 불황 탓에 일자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그나마 사람을 뽑는 곳은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이씨는 "남편의 한 달 봉급 300만원만으로 살기 빠듯해 직장을 알아봤지만 '괜찮은 일자리'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었다"며 "당장 직장을 다니면 아이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육아 도우미 보수보다 적게 벌어선 아무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이씨 같은 경력 단절 여성은 올해 4월 현재 190만6000명에 이른다. 이른바 '경단녀'라는 이들은 15~54세 기혼 여성 가운데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상태에 있는 여성이다.
작년 4월에 비하면 14만7000명(7.1%)이 줄긴 했지만, 현 정부가 경단녀들의 일자리 복귀를 저출산 대책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여전히 15~54세 기혼 여성 5명 중 1명(20.6%)이 경단녀다. 30대 경단녀만 101만2000명이고, 이들이 30대 전체 기혼 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6%에 이른다. '여성이 일하는 사회'가 여전히 멀다는 얘기다.
◇임신·출산 후 경력 단절 늘어… 결혼 후 직장 다니는 것도 "빚 때문"
경단녀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주된 이유는 결혼, 임신·출산, 육아로 요약된다. 세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작년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부분은 결혼에 따른 경력 단절은 9만8000명이나 줄어든 반면,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은 작년보다 1000명 늘어난 50만2000명이라는 점이다.
취업 상태인 15~54세 기혼 여성 558만4000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259만2000명(46.4%)도 경력 단절을 경험했는데, 이들 중 임신·출산을 경력 단절 이유로 꼽은 숫자가 작년 66만2000명에서 올해 77만1000명으로 16.5%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여성들의 임신·출산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경남 거제에 사는 주부 A(28)씨는 "출산 전 최소 3개월 이상은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데, 직장 상사나 동료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출산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자신이 없으면 대부분 임신한 뒤에 적당한 시기를 봐서 직장을 그만두는 추세"라고 했다.
결혼 때문에 발생하는 경단녀 숫자가 줄어든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결혼관'이 바뀐 영향이 크다. 과거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게 좋다'는 인식이 요즘엔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에 먹고살기 힘들어진 신혼부부들이 결혼 준비 시기부터 은행에 빚을 지면서 맞벌이 부부가 대폭 늘어난 탓도 크다. 경기 불황이 경단녀 숫자를 줄이고 있는 셈이다. 시도별로 구분해봐도 이런 추세가 그대로 나타난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울산에서는 주부들이 가계에 한 푼이라도 보태기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단녀가 2015년 7만6000명에서 올해 6만4000명으로 1만2000명(15.5%)이나 줄었다.
◇반쪽짜리 정부 대책 "자녀 교육 부담 덜어주기가 급선무"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경단녀를 일터로 이끌기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제' 강화와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제는 여전히 공무원과 일부 대기업 직원만 마음 편히 이용하는 반쪽짜리 제도에 그치고 있고, 오히려 일부 기업은 여성 채용 자체를 줄이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도 주로 계약직이라 고용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채용'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자녀 교육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하면서 아이도 잘 키워야 한다는 여성들의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줘야 경단녀를 줄일 수 있단 얘기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순간 아이가 오후 2시면 집에 오고 방학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어도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무엇보다 자녀 교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회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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